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 깨달은 것이 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역행하는 것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 뿐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 전, 비타민C 알약을 먹으려다 알약을 포장해 둔 은박 비닐에 손이 베였다.
딱딱한 플라스틱도 아니고, 손끝으로 누르면 툭 하고 찢어질 정도로 얇고 약한 은박 비닐에 손을 베인 것이다. 마치 칼날에 베이기라도 한 듯 선명하게 갈라진 손끝에서 펑펑 흘러나오는 피를 보며 나는 조금 묘한 기분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최근 내게는 이와 같은 '묘한' 일들이 꽤 자주 일어나고 있었다.
어느 틈엔가 나도 모르게 패이거나 갈라진 채 몸 곳곳에서 발견되는 상처, 살짝 긁기만 해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붉은 자국. 작년에 한창 의류 브랜드 행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손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옷걸이에 옷을 걸다가,
웹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는데 아직 유명해지지 못한 작가 설인하의 에세이 구독 서비스